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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 방송사 '심장' 찔린 날 [오래 전 ‘이날’]
작성자 황미유  작성일19-05-13 23:06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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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9년 5월13일 방송사 ‘심장’ 찔린 날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1999년 5월12일 구로3동 성전에서 열린 특별환자 집회에서 이재록목사(왼쪽)의 안수기도를 받고 있다. 이상훈기자
‘방송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주조정실인데요.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듯, 방송을 내보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지요.

그런데 이 심장이 아프게 찔린 일이 있었습니다. 1999년 5월 발생한 이른바 ‘만민중앙교회 신도 문화방송 주조정실 점거 사건’입니다.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이 사건을 1면부터 사회면, 사설 등을 통해 상세히 다뤘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당시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은 ‘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 편을 통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비리와 이단 의혹 등을 고발하려 했습니다. 이 목사가 이끄는 만민중앙교회는 종말론과 내세관, 구원론 등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이 목사를 신격화 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는데요. 사건이 있기 얼마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같은 점들을 근거로 이 교회를 이단으로 판정했습니다.

방영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 당일인 5월11일, 이 교회 신도 2000여명은 서울 여의도의 MBC로 향했습니다. 이들이 방영을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는 사이 신도 300여명은 주조정실로 난입, 방송 장비를 부수고 전원 스위치를 꺼버렸죠. 이로 인해 송출되고 있던 방송이 중단됐고 대신 비상용 예비 프로그램인 ‘동물의 왕국’이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공중파 방송이 외부인 침입으로 중단된 것은 한국 방송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파장은 대단했습니다. 이후 방송국과 신문사에는 시청자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서울 시내 전화번호 안내국의 전화도 30분 가량 불통되는 현상을 빚었습니다.

경찰은 이날 방송을 중단시킨 교회 사무국장 정모씨(당시 38세) 등 간부와 평신도 6명에 대해 업무방해 및 전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주조실 난입을 주도한 이모씨(당시 35세) 등 8명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신청했습니다.

MBC는 교회와 그 신도들을 상대로 2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만민중앙교회와 부목사 등의 책임은 인정, 6억96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목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목사가 방송사 난입에 가답하거나 피고들의 불법행위를 교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1999년 5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도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교회 신도들이 MBC 건물 안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종교를 비판한 언론이 해당 단체와 신도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특히 이단성과 금전 문제, 사생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그 정도가 특히 심한데요. 반론보도 요청, 명예훼손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물론 폭력사태로 번지곤 했습니다.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같은 해 3월 한 신흥종교단체의 실체를 다뤘다 곤욕을 치렀습니다. 방송은 이 단체의 총재 ㄱ씨가 여신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신도에게 구걸을 시켜 교단 기금을 모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단체는 방송에 앞서 SBS를 상대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습니다. 그러자 신도들은 방송을 전후해 방송국에 하루 4~5만통에 달하는 항의 전화를 걸어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켰습니다. 1994년에는 KBS가 한 종교단체의 이단성 여부를 취재하던 중 담당 PD가 신도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이 같은 사건사고는 2000년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지요.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가 지난해 5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2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이 목사는 어디에 있을까요. 뉴스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신도 8명을 수년간 수십회에 걸쳐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관련뉴스]'신도 성폭행' 이재록 목사 1심서 징역 15년···그루밍 성범죄 인정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인데요. 지난해 11월 열린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이 목사의 상습준강간·상습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목사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지만 재판부는 “신도들이 이 목사를 신처럼 믿는 상태에서 성폭행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피해 신도들이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신뢰를 쌓아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이른바 ‘그루밍 성폭력’이 인정된 것이죠.

이 목사는 오는 1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무고한 신도들을 유린해 온 그가 이번에는 어떤 법의 심판을 받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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